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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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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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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찾기와 책 읽기 프로그램 정보
    길 찾기와 책 읽기
    칼럼명 길 찾기와 책 읽기
    집필자 김소영 (김소영독서교실 대표)
    내용 길 찾기와 책 읽기
    하루마는 형인 소마를 이해할 수 없다. 누구보다 힘 있고 아름답게 달리던 형이었다. 하루마는 그 등을 보면서 달렸고, 계속 그럴 생각이었다. 아니, 언젠가는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은 부상 이후 육상부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 형은 고3, 육상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재활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인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동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마는 고기를 볶고 카레를 끓이며 어느 때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사실 소마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동생에게 추월당할 것을 걱정하고, 정말로 달리기에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인지 고민하던 차였다. 동생의 걱정 어린 눈길을 애써 피하면서 소마는 결승선으로 향하는 길 말고 다른 길을 탐색하고 있다. 『달리기의 맛』 이야기다.

    길잡이가 될까 짐이 될까
    ‘길 찾기’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의 청소년들에게나 주요한 화두다. 이때 길을 찾는다는 것은 직업을 찾는 것 이상을 뜻한다. 인생의 큰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아갈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지닌 어른이 될 것인지,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어른들 중에도 그 길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이가 많지 않다. 경험과 정보가 적은 청소년들은 더하다. 게다가 일자리가 넉넉하지 않고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길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의 ‘진로 교육’을 중시하고 관련 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할 때도 ‘진로’는 중요한 키워드다. 흔한 말대로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독서에 관심도 적고 여유도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책을 권할 때 ‘이왕이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히자’는 의도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때의 진로는 ‘직업 선택’을 가리킨다. 아직 진로 결정을 못 했거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읽기도 쓰기도 대강 형식에 꿰맞춘다. 독서가 길잡이는커녕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독서란, 여러 갈래 길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 길 저 길을 걸어보고 더 가보고 싶은 길을 찾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길이 없다면 만들게 하는 것이 독서다. 이 과정은 자동판매기처럼 한 권을 읽으면 하나의 길을 만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길을 만날 때도 있지만, 여러 권을 읽어도 눈앞이 가물가물할 때가 더 많다. 어느 쪽이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권 한 권 책을 읽는 것이 어렵고 그만큼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길을 찾는 책 읽기
    그런 뜻에서 나는 청소년에게 직업의 세계를 안내하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길을 보여주는 것은 구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진학이나 직업 안내는 더 말할 것 없이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그렇지만 청소년에게는 다른 ‘길 안내’도 필요하다. 문학 독서는 자신과 세계를 가장 폭넓은 방식으로 연결한다. 시대와 사회에 맞서거나 화합하는 여러 인물을 만나 살아갈 힘을 얻고, 다양한 사상과 감정을 만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사회 관련 독서는 말 그대로 세상 물정을 알게 한다. 진학 여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밀접하게 청소년의 삶과 연관된 요소를 배운다. 과학 분야 독서는 자연을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한다. 과학책의 명쾌한 설명과 통찰력이 보여주는 ‘생각하는 방법’은 지식 자체보다도 가치가 있다. 예술책 읽기는 감상과 감탄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비평적 사고는 우리의 안목을 키워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책들이지만, ‘직업 선택’의 틀에서 이런 책들을 고루 읽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오로지 ‘읽기’를 위한 시간
    ‘읽는 힘’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하는 어른들이 좋은 독서 후 활동을 만들고, 토론을 가르치고, 글쓰기를 유도하는 이유도 결국 책을 더 잘 읽게 하기 위해서다. 읽는 힘은 당연하게도, 읽을 때 생긴다. 그리고 읽기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책에 관심을 갖고, 손을 뻗어 고르고, 재미있는 부분에 빠져들고,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읽기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일이다.
    토론과 글쓰기로 ‘읽는 법’을 배웠다면, 읽을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자.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며 흥미를 끄는 제목들만 읽어봐도 좋다. 읽은 데까지만 얘기하게 하자. 친구가 읽은 책 이야기를 듣게 하자. “만일 이런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하는 얘기를 나누자. 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가보고, 돌아오거나 다시 가보게 하자. 우리가 그런 것처럼, 청소년들도 책의 힘을 믿게 하자. 『달리기의 맛』에서 길을 벗어난 소마는 예상치 못했던 멋진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는다고 곧장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결승점의 모습은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길이 소마에게 소중하고 빛나는 길이라는 것을, 그 길이 그의 페이스에 맞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마는 형을 그 길로 보내준다. 슬쩍 등장하지만, 소마에게는 부상당했을 때 담담하게 얘기를 들어준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을 때 조심스레 요리부에 안내한 담임선생도 있었다. 길을 찾는 청소년들을 재촉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주자. 어느 길로 들어서든 걸음은 결국 스스로 떼는 것이다.

    김소영
    출판사에서 어린이청소년 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김소영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책 읽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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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프로그램 정보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칼럼명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집필자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유석초등학교 교사)
    내용 자랑스러운 영철이
    학교에 권장도서 목록이 있다. 아이들은 그 책들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한다. 학급 담임으로 독서록을 검사하고 ‘참 잘했어요’ 칭찬 도장을 찍어준다. 어떤 아이는 1년에 100권 넘는 도서를 읽고, 어떤 아이는 10권이 채 되지 않는다. 하루는 6학년 우리 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 어른들의 심각한 독서 현실을 알려 주었다. 의도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작년에 국민실태조사라는 걸 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 어른들 중 40%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매우 심각한···.”
    아직 미처 할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우리 반에서 가장 책을 적게 읽는 영철이가 손을 번쩍 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저는 작년에 책 10권도 넘게 읽었어요.” 마음속으로, ‘초등학생이 1년에 10권 정도 읽는 건, 정말 적게 읽은 거야.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은 이미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 참 잘했구나. 어른들은 한 권도 읽지 않는 책을 우리 영철이는 10권도 넘게 읽었구나. 앞으로 어른이 되어도 꼭 매년 10권 이상씩 읽도록 해라.”

    고민하는 인간
    그날 오후 영철이의 대답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한 건 어떤 형식으로든 청소년기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책을 읽게 되어있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면 그중 40%는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고 나머지 60%의 독서량도 그리 칭찬받을 만한 점수는 아니다. 그렇게 책을 읽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별일 없는 듯 살아간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자신을 ‘시팔이’, 즉 ‘시(詩)를 파는 사람’이라 칭하는 하상욱 작가도 어느 잡지 인터뷰 중 같은 질문을 던졌다.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그는 책보다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진리에 근접한 사람이라고 보는 편견을 싫어할 뿐”이라고 덧붙인다. 책을 출간한 사람으로서 하상욱 작가 역시 책에 대해 소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책보다 ‘고민’을 우선으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주하는 많은 고민들에 더욱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그리움이 답이다
    나는 ‘고민’이라는 단어 대신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우선순위에 놓는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무엇이든 마음껏 그리워해라.”
    철학 용어 중에 ‘선험적(先驗的)’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하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선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고민으로 바뀐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존재인지 묻는다. 그러한 고민 속에는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고민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그의 저서 『에디톨로지』에서 ‘글’과 ‘그림’의 어원이 ‘긁다’라는 말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내 마음을 긁어내는 어떤 것, 그것이 곧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그림’, ‘글’로 다시 태어난다.
    결국 책 속의 글과 그림을 본다는 것은, 내면 깊숙이 새겨진 그리움의 흔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다. 깊이 새겨진 그리움일수록 아플 것이고, 아플수록 찾고자 하는 본인과 마주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기 전에 내면의 그리움을 진지하게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 40%의 어른들처럼 그리움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어른들, 2018년에는 책을 들고 자신의 그리움을 마주해 보는 용기를 가져보자.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유석초등학교 교사이다. 초등교육 관련 학부모 강연 및 KBS1 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아침 〈마음으로 통하는 교실 이야기〉에 출연하고 저서로는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초등직관수업』, 『조금 달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김선호의 〈초등교육나침반 팟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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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프로그램 정보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칼럼명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집필자 이남석 (작가)
    내용 책을 읽으면 저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저자의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아니다. 내가 생각 할 때 듣던 바로 그 마음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심리학에서는 이 목소리를 “내면의 소리(Inner Speech)”라고 한다. 자신이 생각할 때 듣던 목소리로 책에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과정을 통해 독자의 마음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게 독서가 가진 힘이다.
    커다란 나무를 잘게 나누고 나눠서 만든 종이. 그 종이가 모이고 모여 책이 되었어도, 예전 큰 나무였을 때를 잊지 못한 듯 타종식에 쓰이는 두꺼운 나무처럼 강하게 마음을 친다. 그러면 생각이 종처럼 울려 퍼진다. 그렇게 울려 퍼지고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면 개인적으로 나는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속 울림이 그들의 목소리로 퍼지기를 바라면서. 그 마음과 글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0권 이상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내 주된 일상을 살펴보면 작가라기보다는 독자에 더 가깝다. 그래서 왜 쓰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왜 읽는가라는 질문에 더 익숙하다. 왜 읽을까? 그것도 하필 청소년 책을 왜 읽을까? 여러분이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청소년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그러나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청소년이 있다. 그래서 그 마음속 청소년이 책을 읽게 한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읽으며 분노와 연민을 느끼고, 꿈을 꾸며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나는 이제 커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아 안심된다는 마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마음이 나를 압도해서 책을 계속 읽게 한다. 책 속의 청소년은 그렇게 내 마음속 청소년이 된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 청소년의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노인도 청소년같이 자아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가족보다는 또래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중년과 청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아동도 때로는 진지하게 “내가 누구지? 난 무엇을 해야 하지?”라면서 청소년기에 할 법한 질문을 마음속에 떠올리기도 한다.

    청소년으로서 책 읽기
    그런데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해 봐야 한다. 사람들은 마음속 청소년으로 책을 많이 읽을까? 정작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청소년 책을 얼마나 읽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느라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다. 첫째,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 둘째, 책을 종이 뭉치로만 보는 정도를 넘어서서 무슨 위험 물질인 것처럼 가급적 멀리하려는 사람. 수년간 통계를 보면 둘째 유형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내면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나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책은 강철로 만든 벽이다. 그 어떤 소리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지만 영화로 바뀌어 나오면 책 속의 청소년이 하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속 청소년과 만나서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판사와 작가,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모든 책을 영화로 바꾸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야 할까? 현실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상이니 글자니 그림이니 하는 매체의 형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깨울 만큼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책 속 청소년과 만나는 마음들
    질문이 어느덧 바뀐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울림이 많은 책들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도서관을 찾을 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청소년이, 혹은 어떤 청소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도서관을 찾았을 때 있는 힘껏 생각의 종을 쳐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책을 추천할 때 서지정보와 책 내용 요약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와 연관될 것이 한 줄이라도 들어갔는가? 안 그래도 사람들이 잘 찾는 웹툰 등의 책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천하기는 하지만, 살짝 옆에 메시지가 남다른 책을 함께 넣어 두기도 하는가? 이 질문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도서관이 내 마음속 청소년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내면의 목소리 중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대부분 마침표로 끝나지 않는다. 의문형으로 되어 있다. 즉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내용보다는 “나는 누구일까?”와 같은 식이다. “주인공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다”가 아니라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와 같다. “이런 책이 있구나”가 아니라 “어떻게 이런 책이?” 하는 식이기도 하다. 미소년 미소녀가 주인공과 조연으로 빽빽하게 나오는 책 속에도 청소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재미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청소년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손을 잡아줄 마음이 세상 어딘가에는 준비되어 있다. 그런 곳들 중 하나가 도서관이라면? 적어도 나에게 도서관은 늘 그런 곳이었다. 결국은 마음이다. 작가도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쓴다. 독자는 자신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 등도 세상의 많은 책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골라 서고에 놓고, 그것도 아쉬워 별도로 추천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할 때는 적어도 이 세 가지 이상의 마음이 통해야 하니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기적은 그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성공하면 “기적”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탄하게 될 정도로. 부디 여러분 모두 도서관에서의 기적으로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이남석
    어린이부터 성인 대상까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책을 썼다. 현재는 꿈을 따라가는 청소년의 마음으로 신개념 문화 카페 <문화로스팅>에 도전하는 한편, 다양한 기관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그동안 『뭘 해도 괜찮아』, 『어쩌다 영웅』, 『우리 친구 맞아』 등의 책을 썼으며 일부 도서는 중국 대만 등에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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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정보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칼럼명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집필자 정미숙 (산청 간디고등학교 교감 )
    내용 젊은 날, 지방 소도시에서 국립대학을 다니던 내게는 넓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20대의 불안정한 시간을 가파르게 건너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그 동경이란 구체적인 것이라기보단 막연하고도 모호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넓은 세상, 서울 혹은 먼 이국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던 내게 사실은 그 생각이 자신을 주변부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쳐 주시고, 정신이 번쩍 들게 일깨우신 분은 모교의 은사님이었다. 선생님은 당시 대학의 많은 젊은이들이 변방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을 키우려는 노력도, 새로운 도전도 지레 포기한 채 겉돌듯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셨고, 선생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실 수 있었던 덕에 나는 곧 그 미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때와 견주어 지금의 내가 처한 물리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작은 시골에서 고등학생들과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인가를 함께 이야기 나누는 한낱 서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은 어른이자 선생인 내게도 여전히 불확실하고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 위안이 되었던 작품이 프리츠 오르트만의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였다.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삶
    주인공은, 아버지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르는 곰스크라는 도시에 대해 들은 뒤 막연하게 그곳에 가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신혼여행의 목적지로 그곳을 정한 뒤 자신의 유일한 꿈인 곰스크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의 곰스크행은 생각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기차가 떠나자마자 아내는 불안한 이야기를 꺼내며 석연찮은 마음을 비치고, 간이역에서는 엉뚱한 이야기로 시간을 끌어 곰스크행 기차를 어이없게도 놓쳐 버리고 만다.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 기차를 무조건 기다리며 여인숙에 묵게 된 그들 곁에 전혀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아내는, 마치 자신들이 그곳에 눌러살기라도 할 것처럼 정을 붙이고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언제든지 떠나려는 남편을 타박하며 기차표를 사야 할 돈으로 쓸모도 없는 안락의 자를 사서 들여놓기까지 한다. 드디어 어렵게 장만한 돈으로 곰스크행 티켓을 마련했으나 이번에도 아내가 안락의자를 기어이 기차에 싣겠노라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이들은 결국 또 기차를 놓치고 만다.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은 기차를 놓쳐버리고도 주인공은 곰스크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여인숙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어렵게 돈을 모아서 곰스크행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곰 스크행이 또 뒤로 미뤄졌다. 생은 어쩌면 이토록 굽이굽이에 발목을 잡는 순간을 마련해 놓았는지···. 주인공은 거의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었지만 곰스크에서 벌어질 일이란 ‘내용을 하나도 알 수 없는 책과 같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꿈이 실현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을 서서히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자기 역시 생전에 두 눈으로 곰스크를 못 볼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아빠가 된 주인공은 무슨 일이든 해서 아이를 길러야 했고 그러던 중, 마을의 연로하신 교사가 아내를 잃은 후 쇠약해져 급히 새 교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가 이를 적극 권하고 나서자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 이, 이 시골구석 마을의 선생으로 끝나게 될 것을 짐작하고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라며 남편을 채근한다. 그리고 그들에겐 일정한 수입과 서재와 책을 읽고 정원을 돌볼 시간이 충분한 삶이 주어졌다. 그러는 사이 누구도 곰스크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주인공에게 연로하신 선생님이 말한다. “가지 않은 게 좋은 선택이었을 거요. 우리가 원한 것은 아마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생의 의미는 오직 우리 손에 달려있다
    살면서 가끔,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운명에 맞서 저항하고픈 생각이 일어나는 때를 만나곤 했다. 아니, 인간은 누구나 지금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꾸도록 만들어진 존재는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아무리 그 전에 간절하게 원했고 갖고 싶었던 것일지라도, 갖게 된 그 순간 이미 그것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깜짝 놀라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20대 내 존재를 온통 뒤흔들던 그 미망과 불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우리는 누구나 다 불완전한 상태로 이 세상에 잠시 던져진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아이들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던져 보곤 했다. 그리고 누구나의 인생에는 선택의 순간과 그 선택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는 법이며, 그 이유는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자신만의 것이므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알게도 되었다. 수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생의 의미는 오직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 무수히 많은 곰스크행 기차가 우리 곁을 지나가지만 정작 우리는 그 순간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불안하고 아픈 지금 이 순간순간이야말로 곰스크행 기차를 타고 가는 순간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정미숙
    현재 산청 간디고등학교에서 교감 역할을 통해 동료들의 교육 활동을 돕고 있다. 아이들과는 삶과 철학이라는 수업에서 학교 철학과 인권을 주제로 만나고 있는 중이다. 자연 속에서 예쁜 아이들 만나고 좋은 문학 작품 찾아 읽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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