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전 상태로 변경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메뉴 열기
전체보기

주메뉴

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확인

  •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프로그램 정보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칼럼명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집필자 심정섭 (자녀 교육 전문가)
    내용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독서를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께 종종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한 종류의 책만 읽는데 괜찮을까요?” 아마 질문의 밑에는 아이가 특정 분야의 책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책을 골고루 읽었으면, 특히 만화책이나 공룡 책 같은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닌 교과서나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좀 더 읽었으면 하는 엄마, 아빠의 바람이 있는 듯합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해결 방법 찾기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 중 하나는 아이와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입니다.
    “현우는 오늘 무슨 책 봤니?”
    “공룡 책요”
    “와, 오늘 공룡 책 봤구나?”
    “그럼 어제는 어떤 책 봤니?”
    “어제도 공룡 책요”
    “아, 어제도 공룡 책 봤구나!”
    “그런데 엄마는 현우가 매일 공룡 책만 보는 게 약간 염려스러운데 왜 그럴까?”
    “왜요? 책 안 보는 것보다 낫잖아요.
    “그럼! 책 안 보고, TV만 보거나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어야, 학교 공부도 더 재미있게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책은 재미가 없어요!”
    “아, 학교 책은 재미가 없구나, 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와요.”
    “그래?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어렵고, 재미가 없구나.”
    “그럼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요?”
    “예를 들어서 어려운 말을 미리 공부해 가서, 선생님 설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보며, 아이가 왜 한 주제나 한 종류의 책에만 집착하는지, 왜 학교 공부는 소홀히 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고, 그 해결 방법을 아이 스스로 찾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독보다는 한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유대인 독서법
    유대인 교육 원리 측면에서 한 가지를 덧붙이면, 유대인 가정에서는 일반적인 아동문학 전집이나 역사 전집을 사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 꽂혀 있는 아이들 책은 아이 자신의 기도서와 유대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설명해 주는 동화책 같은 내용이죠. 그리고 아빠와 매일 혹은 일주마다 공부하는 책은 토라와 탈무드라고 하는 그들의 경전이고요.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어라, 아동문학 전집을 읽어라, 과학 서적을 읽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열두 살 이전까지는 토라와 탈무드(정확히는 ‘미쉬나’라는 부분입니다), 또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일관된 주제를 계속 반복하며 깊이 있는 교육을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휘력을 늘리고, 표현력을 늘리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죠. 어려서부터 언어, 수학, 과학,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조금씩 늘려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런 과목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거나 본인이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영역입니다. 가정이나 그들의 공동체에서 공통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같은 강도로 가르쳐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원리를 저는 원소스(One Source) 교육이라고 하고, 비슷한 개념으로는 “슬로 리딩(Slow Reading)”이라는 게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 권의 책을 백번 읽게 하는 것이지, 백 권의 책을 두루 읽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교육에서 소학을 100번 읽게 한다든지, 논어를 100번 읽게 한다든지 하는 교육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배워야 할 지식과 정보가 많아서 이런 방식의 교육이 무가치해 보이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원소스 교육으로 한 주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 한 가지 공부 주제가 과학이나 기술, 혹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흥미 거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가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문 고전적인 책이어야 합니다. 유대인들에게는 토라, 탈무드라는 그들의 경전이었고, 우리 조상들에게는 유교 경전이었죠.
    우리도 이런 좋은 전통을 되살려서, 먼저 가정 중심으로 이런 원소스 독서법이나 슬로 리딩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르고, 점점 자신의 관심 분야로 책 읽는 즐거움과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 그런 노력을 저희도 하고 있습니다. 매월 한 번씩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모여 역사를 주제로 그런 독서 토론을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심정섭
    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와 영어교육학을 전공했고, 하브루타와 유대인 자녀 교육 원리의 한국적 적용에 대한 책을 쓰고 실천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1% 유대인의 생각훈련』 등이 있다.
    내용보기
  • 길 찾기와 책 읽기 프로그램 정보
    길 찾기와 책 읽기
    칼럼명 길 찾기와 책 읽기
    집필자 김소영 (김소영독서교실 대표)
    내용 길 찾기와 책 읽기
    하루마는 형인 소마를 이해할 수 없다. 누구보다 힘 있고 아름답게 달리던 형이었다. 하루마는 그 등을 보면서 달렸고, 계속 그럴 생각이었다. 아니, 언젠가는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은 부상 이후 육상부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 형은 고3, 육상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재활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인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동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마는 고기를 볶고 카레를 끓이며 어느 때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사실 소마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동생에게 추월당할 것을 걱정하고, 정말로 달리기에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인지 고민하던 차였다. 동생의 걱정 어린 눈길을 애써 피하면서 소마는 결승선으로 향하는 길 말고 다른 길을 탐색하고 있다. 『달리기의 맛』 이야기다.

    길잡이가 될까 짐이 될까
    ‘길 찾기’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의 청소년들에게나 주요한 화두다. 이때 길을 찾는다는 것은 직업을 찾는 것 이상을 뜻한다. 인생의 큰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아갈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지닌 어른이 될 것인지,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어른들 중에도 그 길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이가 많지 않다. 경험과 정보가 적은 청소년들은 더하다. 게다가 일자리가 넉넉하지 않고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길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의 ‘진로 교육’을 중시하고 관련 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할 때도 ‘진로’는 중요한 키워드다. 흔한 말대로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독서에 관심도 적고 여유도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책을 권할 때 ‘이왕이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히자’는 의도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때의 진로는 ‘직업 선택’을 가리킨다. 아직 진로 결정을 못 했거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읽기도 쓰기도 대강 형식에 꿰맞춘다. 독서가 길잡이는커녕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독서란, 여러 갈래 길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 길 저 길을 걸어보고 더 가보고 싶은 길을 찾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길이 없다면 만들게 하는 것이 독서다. 이 과정은 자동판매기처럼 한 권을 읽으면 하나의 길을 만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길을 만날 때도 있지만, 여러 권을 읽어도 눈앞이 가물가물할 때가 더 많다. 어느 쪽이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권 한 권 책을 읽는 것이 어렵고 그만큼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길을 찾는 책 읽기
    그런 뜻에서 나는 청소년에게 직업의 세계를 안내하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길을 보여주는 것은 구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진학이나 직업 안내는 더 말할 것 없이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그렇지만 청소년에게는 다른 ‘길 안내’도 필요하다. 문학 독서는 자신과 세계를 가장 폭넓은 방식으로 연결한다. 시대와 사회에 맞서거나 화합하는 여러 인물을 만나 살아갈 힘을 얻고, 다양한 사상과 감정을 만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사회 관련 독서는 말 그대로 세상 물정을 알게 한다. 진학 여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밀접하게 청소년의 삶과 연관된 요소를 배운다. 과학 분야 독서는 자연을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한다. 과학책의 명쾌한 설명과 통찰력이 보여주는 ‘생각하는 방법’은 지식 자체보다도 가치가 있다. 예술책 읽기는 감상과 감탄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비평적 사고는 우리의 안목을 키워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책들이지만, ‘직업 선택’의 틀에서 이런 책들을 고루 읽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오로지 ‘읽기’를 위한 시간
    ‘읽는 힘’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하는 어른들이 좋은 독서 후 활동을 만들고, 토론을 가르치고, 글쓰기를 유도하는 이유도 결국 책을 더 잘 읽게 하기 위해서다. 읽는 힘은 당연하게도, 읽을 때 생긴다. 그리고 읽기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책에 관심을 갖고, 손을 뻗어 고르고, 재미있는 부분에 빠져들고,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읽기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일이다.
    토론과 글쓰기로 ‘읽는 법’을 배웠다면, 읽을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자.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며 흥미를 끄는 제목들만 읽어봐도 좋다. 읽은 데까지만 얘기하게 하자. 친구가 읽은 책 이야기를 듣게 하자. “만일 이런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하는 얘기를 나누자. 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가보고, 돌아오거나 다시 가보게 하자. 우리가 그런 것처럼, 청소년들도 책의 힘을 믿게 하자. 『달리기의 맛』에서 길을 벗어난 소마는 예상치 못했던 멋진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는다고 곧장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결승점의 모습은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길이 소마에게 소중하고 빛나는 길이라는 것을, 그 길이 그의 페이스에 맞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마는 형을 그 길로 보내준다. 슬쩍 등장하지만, 소마에게는 부상당했을 때 담담하게 얘기를 들어준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을 때 조심스레 요리부에 안내한 담임선생도 있었다. 길을 찾는 청소년들을 재촉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주자. 어느 길로 들어서든 걸음은 결국 스스로 떼는 것이다.

    김소영
    출판사에서 어린이청소년 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김소영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책 읽는 법』이 있다.
    내용보기
  •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프로그램 정보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칼럼명 책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집필자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유석초등학교 교사)
    내용 자랑스러운 영철이
    학교에 권장도서 목록이 있다. 아이들은 그 책들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한다. 학급 담임으로 독서록을 검사하고 ‘참 잘했어요’ 칭찬 도장을 찍어준다. 어떤 아이는 1년에 100권 넘는 도서를 읽고, 어떤 아이는 10권이 채 되지 않는다. 하루는 6학년 우리 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 어른들의 심각한 독서 현실을 알려 주었다. 의도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작년에 국민실태조사라는 걸 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 어른들 중 40%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매우 심각한···.”
    아직 미처 할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우리 반에서 가장 책을 적게 읽는 영철이가 손을 번쩍 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저는 작년에 책 10권도 넘게 읽었어요.” 마음속으로, ‘초등학생이 1년에 10권 정도 읽는 건, 정말 적게 읽은 거야.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은 이미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 참 잘했구나. 어른들은 한 권도 읽지 않는 책을 우리 영철이는 10권도 넘게 읽었구나. 앞으로 어른이 되어도 꼭 매년 10권 이상씩 읽도록 해라.”

    고민하는 인간
    그날 오후 영철이의 대답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한 건 어떤 형식으로든 청소년기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책을 읽게 되어있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면 그중 40%는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고 나머지 60%의 독서량도 그리 칭찬받을 만한 점수는 아니다. 그렇게 책을 읽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별일 없는 듯 살아간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자신을 ‘시팔이’, 즉 ‘시(詩)를 파는 사람’이라 칭하는 하상욱 작가도 어느 잡지 인터뷰 중 같은 질문을 던졌다.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그는 책보다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진리에 근접한 사람이라고 보는 편견을 싫어할 뿐”이라고 덧붙인다. 책을 출간한 사람으로서 하상욱 작가 역시 책에 대해 소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책보다 ‘고민’을 우선으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주하는 많은 고민들에 더욱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그리움이 답이다
    나는 ‘고민’이라는 단어 대신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우선순위에 놓는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무엇이든 마음껏 그리워해라.”
    철학 용어 중에 ‘선험적(先驗的)’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하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선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고민으로 바뀐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존재인지 묻는다. 그러한 고민 속에는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고민보다 그리움이 먼저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그의 저서 『에디톨로지』에서 ‘글’과 ‘그림’의 어원이 ‘긁다’라는 말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내 마음을 긁어내는 어떤 것, 그것이 곧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그림’, ‘글’로 다시 태어난다.
    결국 책 속의 글과 그림을 본다는 것은, 내면 깊숙이 새겨진 그리움의 흔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다. 깊이 새겨진 그리움일수록 아플 것이고, 아플수록 찾고자 하는 본인과 마주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기 전에 내면의 그리움을 진지하게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 40%의 어른들처럼 그리움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어른들, 2018년에는 책을 들고 자신의 그리움을 마주해 보는 용기를 가져보자.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유석초등학교 교사이다. 초등교육 관련 학부모 강연 및 KBS1 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아침 〈마음으로 통하는 교실 이야기〉에 출연하고 저서로는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초등직관수업』, 『조금 달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김선호의 〈초등교육나침반 팟캐
    내용보기
  •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프로그램 정보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칼럼명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집필자 이남석 (작가)
    내용 책을 읽으면 저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저자의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아니다. 내가 생각 할 때 듣던 바로 그 마음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심리학에서는 이 목소리를 “내면의 소리(Inner Speech)”라고 한다. 자신이 생각할 때 듣던 목소리로 책에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과정을 통해 독자의 마음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게 독서가 가진 힘이다.
    커다란 나무를 잘게 나누고 나눠서 만든 종이. 그 종이가 모이고 모여 책이 되었어도, 예전 큰 나무였을 때를 잊지 못한 듯 타종식에 쓰이는 두꺼운 나무처럼 강하게 마음을 친다. 그러면 생각이 종처럼 울려 퍼진다. 그렇게 울려 퍼지고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면 개인적으로 나는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속 울림이 그들의 목소리로 퍼지기를 바라면서. 그 마음과 글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0권 이상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내 주된 일상을 살펴보면 작가라기보다는 독자에 더 가깝다. 그래서 왜 쓰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왜 읽는가라는 질문에 더 익숙하다. 왜 읽을까? 그것도 하필 청소년 책을 왜 읽을까? 여러분이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청소년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그러나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청소년이 있다. 그래서 그 마음속 청소년이 책을 읽게 한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읽으며 분노와 연민을 느끼고, 꿈을 꾸며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나는 이제 커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아 안심된다는 마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마음이 나를 압도해서 책을 계속 읽게 한다. 책 속의 청소년은 그렇게 내 마음속 청소년이 된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 청소년의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노인도 청소년같이 자아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가족보다는 또래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중년과 청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아동도 때로는 진지하게 “내가 누구지? 난 무엇을 해야 하지?”라면서 청소년기에 할 법한 질문을 마음속에 떠올리기도 한다.

    청소년으로서 책 읽기
    그런데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해 봐야 한다. 사람들은 마음속 청소년으로 책을 많이 읽을까? 정작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청소년 책을 얼마나 읽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느라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다. 첫째,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 둘째, 책을 종이 뭉치로만 보는 정도를 넘어서서 무슨 위험 물질인 것처럼 가급적 멀리하려는 사람. 수년간 통계를 보면 둘째 유형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내면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나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책은 강철로 만든 벽이다. 그 어떤 소리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지만 영화로 바뀌어 나오면 책 속의 청소년이 하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속 청소년과 만나서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판사와 작가,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모든 책을 영화로 바꾸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야 할까? 현실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상이니 글자니 그림이니 하는 매체의 형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깨울 만큼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책 속 청소년과 만나는 마음들
    질문이 어느덧 바뀐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울림이 많은 책들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도서관을 찾을 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청소년이, 혹은 어떤 청소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도서관을 찾았을 때 있는 힘껏 생각의 종을 쳐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책을 추천할 때 서지정보와 책 내용 요약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와 연관될 것이 한 줄이라도 들어갔는가? 안 그래도 사람들이 잘 찾는 웹툰 등의 책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천하기는 하지만, 살짝 옆에 메시지가 남다른 책을 함께 넣어 두기도 하는가? 이 질문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도서관이 내 마음속 청소년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내면의 목소리 중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대부분 마침표로 끝나지 않는다. 의문형으로 되어 있다. 즉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내용보다는 “나는 누구일까?”와 같은 식이다. “주인공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다”가 아니라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와 같다. “이런 책이 있구나”가 아니라 “어떻게 이런 책이?” 하는 식이기도 하다. 미소년 미소녀가 주인공과 조연으로 빽빽하게 나오는 책 속에도 청소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재미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청소년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손을 잡아줄 마음이 세상 어딘가에는 준비되어 있다. 그런 곳들 중 하나가 도서관이라면? 적어도 나에게 도서관은 늘 그런 곳이었다. 결국은 마음이다. 작가도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쓴다. 독자는 자신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 등도 세상의 많은 책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골라 서고에 놓고, 그것도 아쉬워 별도로 추천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할 때는 적어도 이 세 가지 이상의 마음이 통해야 하니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기적은 그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성공하면 “기적”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탄하게 될 정도로. 부디 여러분 모두 도서관에서의 기적으로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이남석
    어린이부터 성인 대상까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책을 썼다. 현재는 꿈을 따라가는 청소년의 마음으로 신개념 문화 카페 <문화로스팅>에 도전하는 한편, 다양한 기관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그동안 『뭘 해도 괜찮아』, 『어쩌다 영웅』, 『우리 친구 맞아』 등의 책을 썼으며 일부 도서는 중국 대만 등에 번역되었다.
    내용보기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