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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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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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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프로그램 정보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칼럼명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집필자 이소영 (빅피쉬 아트 & 신나는 미술관 대표 )
    내용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청소년기에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스무 살이 넘고 스물다섯이 넘어서야 책의 매력에 빠진 사람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독서의 매력을 알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얼마나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었을까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가끔 역사 속을 지나온 수많은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인물들이 책을 읽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오늘은 책과 관련된 미술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사랑한 화가는 누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입니다. 사람들은 고흐! 하면 해바라기를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고흐는 책을 소재로 한 정물화도 많이 남겼습니다. 그중 세 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책, 내가 좋아하는 책
    책을 그린 그림 중 가장 먼저 그린 이 작품은 1885년 10월에 완성되었습니다. 고흐의 아버지인 테오도뤼스 반 고흐는 목사였지만 고흐는 성경책보다 소설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성경책 앞에 작은 소설책이 놓여 있어요. 바로 작가 에밀 졸라(Emile Zola)가 쓴 『산다는 것의 즐거움』입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성경책과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책을 나란히 배치한 것이죠. 저는 그래서 이 작품이 부자의 초상화로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우리 집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모여 있는지 살펴볼까요? 그 장면이 우리 가족이 가진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의 초상화일지도 모릅니다.

    내 책상 위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마다 책 읽는 습관은 다를 거예요. 저는 고흐가 그린 이 그림을 보며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 책상 위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가끔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꺼내 놓고 돌려 가며 읽습니다.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하나의 주제가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다뤄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흔히 이렇게 읽으면 산만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식을 탐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은 화장실에 놓는 책, 침실에 놓는 책, 서재에 놓는 책, 전철에서 읽는 책이 다 다르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책에 낙서를 하며 읽어야 책이 잘 읽힌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소리를 내어 읽기도 하고 따라 쓰며 읽기도 하죠. 세상에 책의 종류가 다양하듯 책을 읽는 방식과 지혜에 도달하는 방법 역시 다양합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책을 읽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나를 가장 완전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독서법입니다.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소개합니다. 사실 반 고흐의 자화상은 이것 이외에 완성된 멋진 작품이 많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습작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려진 이 자화상을 아마도 고흐는 노트에 연습으로 그려 나갔을 것입니다. 고흐는 실제로 동생 테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내 그 편지가 문학적으로도 꽤 가치가 있고, 한국에는 그 책이 번역되어 나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고흐에게 종이와 연필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해 봤을 때, 저는 이 자화상이 고흐를 가장 잘 나타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난이 힘겹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런 빈센트 반 고흐를 이끌었던 힘은 독서와 기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흐는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했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테오에게 고백했습니다. 또한 기록을 하며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해소했고, 공감을 얻었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 여러분들도 독서를 하면서 기록을 함께 해보세요. 치유의 독서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읽은 구절에 대해 다시 한번 내 생각, 내 사고로 생각해 보는 바로 그 과정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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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프로그램 정보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칼럼명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집필자 김민식 (MBC 드라마 PD)
    내용 어린 시절 저의 꿈은 무림 고수가 되는 것이었어요. 학교에서 왕따였거든요. 도대체 그런 투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저는 반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로 뽑혔어요. 그걸로 집요하게 놀리던 아이들이 심지어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까지 지어 불렀지요. 화를 내면 그깟 장난도 못 받아 주는 놈이라고 따돌렸어요. 정말 죽도록 괴로웠어요. 학교생활이 힘들면 집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야 하는데요, 저는 집에서도 구박데기였어요.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맞았어요. 공고 학생주임이던 아버지는 때리는 데 선수였어요. 아버지에게 맞은 매 자국은 푸르뎅뎅하게 온몸에 문신처럼 남곤 했어요. 집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맞고, 학교 가면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어요. 학교도 가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었는데, 그때 저는 동네 도서관으로 달아났어요. 도서관은 제게 도피처이자 안식처였거든요.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동네 도서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도 도서관 간다고 하면 뭐라 하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도서관 가서 공부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열람실 대신 종합자료실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김용의 무협 소설 『영웅문』에 빠져 있었거든요. 지금은 『사조 영웅전』으로 알려진 무협 소설인데요, 책에는 ‘곽정이’라는 주인공이 나와요. 저처럼 미련하고 별 재주가 없어 늘 악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예요. 착한 심성을 가진 덕에 좋은 사부님들을 만나고요. 그분들에게 전수한 무공을 꾸준히 연마해서 결국 최고의 고수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고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지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도서관으로 달아났어요. 무협지를 펼치는 순간, 눈앞의 고난은 사라지고 무림 고수가 되어 악당을 응징했죠. 대학에 들어가서도 무협지를 즐겨 읽었는데요, 어느 날 생각해 봤어요. ‘소설 속 주인공의 내공이 몇 배 상승해도 소설을 읽는 내가 그만큼 강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현실의 나를 단련할 방법은 없을까’

    무협지 대신 자기계발서를 읽은 이유

    그때부터 저는 제 인생의 내공을 길러줄 사부님을 찾아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맸어요. 무협지 대신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 시작한 거지요. ‘왜 나는 어려서 친구가 없었을까’ 이런 고민이 들면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을 읽고, ‘왜 나는 여자 친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남녀의 심리에 대해 말해주는 책을 읽었어요.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숱한 영어 학습서도 읽었고요. 그 시절에 읽은 사교술이나 처세술은 훗날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도움이 되었고요. 여자에게 인기를 끌려면 유머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에 사람들 웃기는 걸 취미로 삼다 훗날 코미디 피디가 되었죠. 평생 책 속에서 답을 찾으며 살아왔고, 그 덕에 통역사로, 예능 피디로, 또 드라마 피디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에 빚진 게 많아 이제 조금은 갚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지 않은 사람도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썼고요. “어떻게 하면 드라마 PD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분들을 위해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썼습니다. “삶이 힘들 땐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행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새 책을 쓰고 있고요.
    큰딸 민지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어느 날 제 책상 위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을 올려놓았어요. “아빠, 이 책 꼭 읽어봐. 진짜 좋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거야.” 민지는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요. 학교에서 친구와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을 풀기 위한 답을 찾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대요. 책을 읽고 마음이 풀렸다고 해요. 책에서 민지가 밑줄 그은 대목을 읽을 때는 마치 딸아이가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민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민지 덕분에 아빠가 좋은 책을 읽게 되었네. 무엇보다 기쁜 건, 네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책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야.”
    어린 시절, 저는 재미난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어요.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재미난 책은 다 좋은 책이라고 믿어요. 고교 시절 즐겨 읽었던 무협 소설이 그랬어요. 제게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줬으니까요. 책과 친해진 덕분에 지금은 과학책이나 인문사회학 서적도 술술 쉽게 읽게 되었어요. 혹시 저처럼 부모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다면 재미난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지금의 괴로움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지금의 저처럼요.


    김민식
    MBC 드라마 PD.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글로리아>, <여왕의 꽃> 등을 연출했고, 저서로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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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프로그램 정보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칼럼명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집필자 심정섭 (자녀 교육 전문가)
    내용 독서 편식과 슬로 리딩
    독서를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께 종종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한 종류의 책만 읽는데 괜찮을까요?” 아마 질문의 밑에는 아이가 특정 분야의 책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책을 골고루 읽었으면, 특히 만화책이나 공룡 책 같은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닌 교과서나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좀 더 읽었으면 하는 엄마, 아빠의 바람이 있는 듯합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해결 방법 찾기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 중 하나는 아이와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입니다.
    “현우는 오늘 무슨 책 봤니?”
    “공룡 책요”
    “와, 오늘 공룡 책 봤구나?”
    “그럼 어제는 어떤 책 봤니?”
    “어제도 공룡 책요”
    “아, 어제도 공룡 책 봤구나!”
    “그런데 엄마는 현우가 매일 공룡 책만 보는 게 약간 염려스러운데 왜 그럴까?”
    “왜요? 책 안 보는 것보다 낫잖아요.
    “그럼! 책 안 보고, TV만 보거나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어야, 학교 공부도 더 재미있게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책은 재미가 없어요!”
    “아, 학교 책은 재미가 없구나, 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와요.”
    “그래?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어렵고, 재미가 없구나.”
    “그럼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요?”
    “예를 들어서 어려운 말을 미리 공부해 가서, 선생님 설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보며, 아이가 왜 한 주제나 한 종류의 책에만 집착하는지, 왜 학교 공부는 소홀히 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고, 그 해결 방법을 아이 스스로 찾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독보다는 한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유대인 독서법
    유대인 교육 원리 측면에서 한 가지를 덧붙이면, 유대인 가정에서는 일반적인 아동문학 전집이나 역사 전집을 사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 꽂혀 있는 아이들 책은 아이 자신의 기도서와 유대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설명해 주는 동화책 같은 내용이죠. 그리고 아빠와 매일 혹은 일주마다 공부하는 책은 토라와 탈무드라고 하는 그들의 경전이고요.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어라, 아동문학 전집을 읽어라, 과학 서적을 읽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열두 살 이전까지는 토라와 탈무드(정확히는 ‘미쉬나’라는 부분입니다), 또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일관된 주제를 계속 반복하며 깊이 있는 교육을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휘력을 늘리고, 표현력을 늘리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죠. 어려서부터 언어, 수학, 과학,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조금씩 늘려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런 과목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거나 본인이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영역입니다. 가정이나 그들의 공동체에서 공통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같은 강도로 가르쳐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원리를 저는 원소스(One Source) 교육이라고 하고, 비슷한 개념으로는 “슬로 리딩(Slow Reading)”이라는 게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 권의 책을 백번 읽게 하는 것이지, 백 권의 책을 두루 읽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교육에서 소학을 100번 읽게 한다든지, 논어를 100번 읽게 한다든지 하는 교육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배워야 할 지식과 정보가 많아서 이런 방식의 교육이 무가치해 보이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원소스 교육으로 한 주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 한 가지 공부 주제가 과학이나 기술, 혹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흥미 거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가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문 고전적인 책이어야 합니다. 유대인들에게는 토라, 탈무드라는 그들의 경전이었고, 우리 조상들에게는 유교 경전이었죠.
    우리도 이런 좋은 전통을 되살려서, 먼저 가정 중심으로 이런 원소스 독서법이나 슬로 리딩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르고, 점점 자신의 관심 분야로 책 읽는 즐거움과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 그런 노력을 저희도 하고 있습니다. 매월 한 번씩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모여 역사를 주제로 그런 독서 토론을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심정섭
    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와 영어교육학을 전공했고, 하브루타와 유대인 자녀 교육 원리의 한국적 적용에 대한 책을 쓰고 실천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1% 유대인의 생각훈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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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찾기와 책 읽기 프로그램 정보
    길 찾기와 책 읽기
    칼럼명 길 찾기와 책 읽기
    집필자 김소영 (김소영독서교실 대표)
    내용 길 찾기와 책 읽기
    하루마는 형인 소마를 이해할 수 없다. 누구보다 힘 있고 아름답게 달리던 형이었다. 하루마는 그 등을 보면서 달렸고, 계속 그럴 생각이었다. 아니, 언젠가는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은 부상 이후 육상부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 형은 고3, 육상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재활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인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동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마는 고기를 볶고 카레를 끓이며 어느 때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사실 소마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동생에게 추월당할 것을 걱정하고, 정말로 달리기에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인지 고민하던 차였다. 동생의 걱정 어린 눈길을 애써 피하면서 소마는 결승선으로 향하는 길 말고 다른 길을 탐색하고 있다. 『달리기의 맛』 이야기다.

    길잡이가 될까 짐이 될까
    ‘길 찾기’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의 청소년들에게나 주요한 화두다. 이때 길을 찾는다는 것은 직업을 찾는 것 이상을 뜻한다. 인생의 큰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아갈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지닌 어른이 될 것인지,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어른들 중에도 그 길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이가 많지 않다. 경험과 정보가 적은 청소년들은 더하다. 게다가 일자리가 넉넉하지 않고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길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의 ‘진로 교육’을 중시하고 관련 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할 때도 ‘진로’는 중요한 키워드다. 흔한 말대로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독서에 관심도 적고 여유도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책을 권할 때 ‘이왕이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히자’는 의도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때의 진로는 ‘직업 선택’을 가리킨다. 아직 진로 결정을 못 했거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읽기도 쓰기도 대강 형식에 꿰맞춘다. 독서가 길잡이는커녕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독서란, 여러 갈래 길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 길 저 길을 걸어보고 더 가보고 싶은 길을 찾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길이 없다면 만들게 하는 것이 독서다. 이 과정은 자동판매기처럼 한 권을 읽으면 하나의 길을 만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길을 만날 때도 있지만, 여러 권을 읽어도 눈앞이 가물가물할 때가 더 많다. 어느 쪽이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권 한 권 책을 읽는 것이 어렵고 그만큼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길을 찾는 책 읽기
    그런 뜻에서 나는 청소년에게 직업의 세계를 안내하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길을 보여주는 것은 구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진학이나 직업 안내는 더 말할 것 없이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그렇지만 청소년에게는 다른 ‘길 안내’도 필요하다. 문학 독서는 자신과 세계를 가장 폭넓은 방식으로 연결한다. 시대와 사회에 맞서거나 화합하는 여러 인물을 만나 살아갈 힘을 얻고, 다양한 사상과 감정을 만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사회 관련 독서는 말 그대로 세상 물정을 알게 한다. 진학 여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밀접하게 청소년의 삶과 연관된 요소를 배운다. 과학 분야 독서는 자연을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한다. 과학책의 명쾌한 설명과 통찰력이 보여주는 ‘생각하는 방법’은 지식 자체보다도 가치가 있다. 예술책 읽기는 감상과 감탄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비평적 사고는 우리의 안목을 키워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책들이지만, ‘직업 선택’의 틀에서 이런 책들을 고루 읽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오로지 ‘읽기’를 위한 시간
    ‘읽는 힘’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하는 어른들이 좋은 독서 후 활동을 만들고, 토론을 가르치고, 글쓰기를 유도하는 이유도 결국 책을 더 잘 읽게 하기 위해서다. 읽는 힘은 당연하게도, 읽을 때 생긴다. 그리고 읽기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책에 관심을 갖고, 손을 뻗어 고르고, 재미있는 부분에 빠져들고,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읽기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일이다.
    토론과 글쓰기로 ‘읽는 법’을 배웠다면, 읽을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자.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며 흥미를 끄는 제목들만 읽어봐도 좋다. 읽은 데까지만 얘기하게 하자. 친구가 읽은 책 이야기를 듣게 하자. “만일 이런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하는 얘기를 나누자. 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가보고, 돌아오거나 다시 가보게 하자. 우리가 그런 것처럼, 청소년들도 책의 힘을 믿게 하자. 『달리기의 맛』에서 길을 벗어난 소마는 예상치 못했던 멋진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는다고 곧장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결승점의 모습은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길이 소마에게 소중하고 빛나는 길이라는 것을, 그 길이 그의 페이스에 맞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마는 형을 그 길로 보내준다. 슬쩍 등장하지만, 소마에게는 부상당했을 때 담담하게 얘기를 들어준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을 때 조심스레 요리부에 안내한 담임선생도 있었다. 길을 찾는 청소년들을 재촉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주자. 어느 길로 들어서든 걸음은 결국 스스로 떼는 것이다.

    김소영
    출판사에서 어린이청소년 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김소영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책 읽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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