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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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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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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획대로 되고 있어? 프로그램 정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칼럼명 계획대로 되고 있어?
    집필자 황부농 (이후북스 대표)
    내용 우승은 중요하지 않아

    <쇼미더머니777>에서 래퍼 ‘나플라’가 우승을 했는데 보셨나요? 결승전에는 나플라를 비롯해 ‘루피’와 ‘키드밀리’ 이렇게 셋이 각자의 무대를 뽐냈습니다. 저는 나플라도 좋았지만 음색이 독특하고 느린 템포로 랩을 하던 루피를 응원했는데 루피는 2등을 했습니다. 제가 응원했던 루피가 2등을 했다고 아쉽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멋진 무대를 선보였으니까요. 최종 경연 때 제가 또 눈여겨 본 재미난 공연이 있었는데 ‘마미손’의 등장이었습니다. 마미손은 ‘소년점프’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쇼미더머니 예선에서 떨어진 마미손은 이미 유명한 래퍼 (아마도) ‘매드클라운’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드클라운이 떨어진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 어쨌든 남달랐던 마미손의 등장은 재밋거리였습니다. 마미손이 부른 ‘소년점프’ 가사는 이런 내용입니다. 자신이 초반에 떨어졌지만 사실 자신은 주인공이고 주인공은 어떤 책이나 소설, 영화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초반에 숱한 시련들을 겪기 마련인데 자신이 초반에 떨어진 것이 하나의 시련이며 그렇기에 계획대로 되고 있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

    그런데 정말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그렇게 시련을 겪고 모두 이겨 낼까요? 기억나는 주인공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봅시다. 저도 지금 떠올리고 있습니다. 바로 생각나는 게 있네요. 원작은 웹툰인데 영화로 만들어져 큰 흥행몰이를 한 <신과 함께>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강림은 자홍과 함께 일곱 개의 지옥을 통과해야 하는 시련을 겪지만 정말 죽지 않네요. 저승사자니까 죽은 사람이기는 해도 소멸되지 않습니다. 자홍은 환생하고요. <신과 함께>의 결말은 단순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좀 더 복잡한 소설을 한번 볼까요?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진 『파이 이야기』입니다. ‘파이’와 가족들이 배를 타고 이민을 떠나던 중 폭풍우를 만나 배가 침몰합니다. 가족들은 다 죽고 남은 건 파이와 호랑이, 둘뿐입니다. 호랑이는 맹수이기 때문에 파이를 잡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배에 식량도 없이 둘만 남은 상황에서 호랑이는 파이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파이는 호랑이를 버리지 않고 망망대해에서 닥쳐오는 고난들과 맞섭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바다에 남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큰 시련이지만 호랑이와 같이 있는 건 또 다른 시련입니다.
    『파이 이야기』는 두 가지 결말을 제시하는데요, 그 한 가지는 파이가 호랑이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시련을 주는 게 자신이기도 하다는 거죠. 하지만 파이는 나를 책임지며 나아갑니다. 하긴 나를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결국 나밖에 없습니다. 『파이 이야기』의 결말은 다른 식으로 해석해도 됩니다. 저는 다른 결말을 더 좋아합니다. 궁금하시면 책을 읽어 보세요.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까요. 다양한 사건을 동반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게 주인공의 역할입니다. 사건이란 크기나 무게는 다를지언정 각자의 일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쇼미더머니를 보고 갑자기 래퍼가 되겠다고 하면 큰 사건이 벌어지는 겁니다. 다양한 시련이 닥치겠지요. 주변에서 절 아는 친구나 가족들은 뜯어 말릴 것입니다. 저는 일단 박치거든요. 그리고 기억력도 좋지 않아 가사도 제대로 못 외울 것입니다. 벌써 가사를 더듬고 있는 제가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을 모두 접고 래퍼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건 제 선택입니다. 주인공은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지요. 큰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사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매 끼니를 챙겨 먹다가 한 번 굶으면 그것도 사건입니다. 배고픔이라는 시련이 따라오겠네요. 그러니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고 외치지 않더라도 주인공인 것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가 정말 주인공일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 내가 덜 주목받았기에 나는 그저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책과 친해지면 좋습니다. 책에는 영웅도 존재하지만 아주 시시한 인물도 있고 별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나옵니다.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착한 것 같으면서도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의 시작과 끝을 책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처음의 실패가 결국 성공하기 위한 발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거죠. 나쁜 짓을 했다고 다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뻔한 결말의 책도 있지만 『파이 이야기』처럼 다양한 해석을 주는 책도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내가 성장하거나 변화한 만큼 다르게 읽힙니다. 마미손은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외쳤지만 사실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더 재미있고 가치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제가 래퍼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요.)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있을까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사이 예기치 못한 시련에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세요. 훌륭한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고민하고 갈등하고 흔들립니다. 그들은 내가 했던 고민을 먼저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미처 던지지 못한 질문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답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책을 한번 읽어 보세요. 그들이 겪은 과정이 내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할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내가 되어 보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다양한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 책이 주는 경험입니다.


    황부농
    독립책방 ‘이후북스’와 출판사 ‘이후진 프레스’의 대표로 재미난 책을 만들고 판다. 저서로는 에세이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시집 『우리 동네 고양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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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옷장 속의 책들 프로그램 정보
    내 옷장 속의 책들
    칼럼명 내 옷장 속의 책들
    집필자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내용 옷은 책이다

    저는 패션을 미술관에 전시하는 일을 하는 큐레이터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한 벌의 옷을 가지고 저는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옷에 담긴 ‘근사한’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답니다. 옷이 무슨 그림이나 조각도 아닌데, 이야기가 되냐고 말할 분이 있을 것 같네요. 아니에요. 옷은 추운 날 우리를 따스하게 안아 주고, 때로는 우리를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죠. 옷은 ‘나란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꽤 좋은 단서가 된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누군가가 입은 옷을 가지고 탐정처럼 조목조목 따
    져 보며, 그에 대해 알 수 있다면 흥미롭지 않을까요? 이때 바로 옷은 입는 사물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한 권의 책이 되죠. 오늘은 제가 옷을 책처럼 읽게 되기까지 어떤 일을 했는지 들려주고 싶어요.


    혼자 읽는 책은 맛있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기 위해선 보통 미술사를 공부해야 한답니다. 저처럼 패션을 전시하려면 전문적으로 패션 공부를 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학위가 없어요. 스스로 독학을 했답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학문 기관에서 학위를 받아온 이들에게 기가 죽어 본 적이 없어
    요.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폭넓게 책을 써왔어요. 혼자 공부해 왔기에 누군가의 권위나 목소리에 눌릴 필요가 없었고, 읽고 공부한 내용에 소신껏 제 생각을 입혀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신감은 제가 기획하는 모든 패션 전시에도 그대로 묻어나게 되었어요. 이렇게 독학을 하면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책 읽기와 일과 꿈을 연결하는 기술이 있어야 해요. 그럼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연결해,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해서, 책에서 유효한 내용을 얻는 읽기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기

    먼저 다독에 얽매이지 마세요. 책은 남용하면 안 됩니다. 필요한 책을 골라야 해요. 학년별 고전 리스트는 잊으세요. 청소년을 위한 서양·동양 필수 고전 리스트를 보면, 이걸 추천한 사람은 과연 이 책을 다 읽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답니다. 물론 고전을 읽지 말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고전은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요. 게다가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되고 진가를 발휘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해요. 하지만 고전의 진가는 내 안에서 발효의 시간을 거치면서, 중요한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죠. 바로 영감을 주는 순간에 말이에요. 그래서 다독을 하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세 번 이상 읽는 게 나아요. 특히 어떤 분야에 막 들어섰을 때,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을 모은 책일수록 여러 번을 읽어야 해요. 저의 경우에는 서양 패션의 역사를 다룬 책 중, 가장 정평이 있는 한 권의 책을 골라서 20번 정도 읽었어요.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은, 읽을수록 처음에는 ‘이해한 줄 알고’ 넘어갔던 문장이 다시 보이고, 뜻이 이해되더란 것이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아요. 매번 읽을 때마다, 내가 꿈꾸고 공부해야 할 것들의 테두리가, 서로 유기적으로 묶여 있는 지식의 영역이 조금씩 환하게 보일 겁니다.


    책이 입는 옷에 대하여

    목차를 영어로 Contents(콘텐츠)라고 하죠. 목차는 책의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설명해 줘요. 한마디로 ‘공부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의 체크리스트가 되어 주죠. 목차를 한 벌의 옷에 비유하면, 내가 입을 옷이 얼마나 튼튼한 재료와 디자인을 통해 만들어졌
    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거예요. 목차가 깔끔하게 한눈에 들어온다면, 그 옷은 입을 만하다는 거죠. 원래 전문가가 되려면 같은 분야의 새로운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데, 전공 분야를 다룬 책들은 저자마다 자기가 발견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전부터 있던 생각을 반복해서
    책에 적어 놔요. 쉽게 말해서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서 몸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새로운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생각과 논리’ 부분만 목차에서 찾아 그 부분만 읽어 보면 돼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할 필요가 없어요. 한마디로 정보를 얻는 시간을 확 줄여 주는 것이죠. 올가을에는 한 권의 책을 골라, 여러 번 읽어 보세요. 그때그때의 맛이 다를 거예요.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패션을 예술과 공학, 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과 결합한 전시들을 기획해왔다. 저서로는 『옷장 속 인문학』, 『샤넬 미술관에 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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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프로그램 정보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칼럼명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집필자 이소영 (빅피쉬 아트 & 신나는 미술관 대표 )
    내용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사랑법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청소년기에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스무 살이 넘고 스물다섯이 넘어서야 책의 매력에 빠진 사람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독서의 매력을 알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얼마나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었을까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가끔 역사 속을 지나온 수많은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인물들이 책을 읽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오늘은 책과 관련된 미술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사랑한 화가는 누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입니다. 사람들은 고흐! 하면 해바라기를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고흐는 책을 소재로 한 정물화도 많이 남겼습니다. 그중 세 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책, 내가 좋아하는 책
    책을 그린 그림 중 가장 먼저 그린 이 작품은 1885년 10월에 완성되었습니다. 고흐의 아버지인 테오도뤼스 반 고흐는 목사였지만 고흐는 성경책보다 소설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성경책 앞에 작은 소설책이 놓여 있어요. 바로 작가 에밀 졸라(Emile Zola)가 쓴 『산다는 것의 즐거움』입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성경책과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책을 나란히 배치한 것이죠. 저는 그래서 이 작품이 부자의 초상화로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우리 집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모여 있는지 살펴볼까요? 그 장면이 우리 가족이 가진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의 초상화일지도 모릅니다.

    내 책상 위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마다 책 읽는 습관은 다를 거예요. 저는 고흐가 그린 이 그림을 보며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 책상 위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가끔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꺼내 놓고 돌려 가며 읽습니다.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하나의 주제가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다뤄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흔히 이렇게 읽으면 산만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식을 탐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은 화장실에 놓는 책, 침실에 놓는 책, 서재에 놓는 책, 전철에서 읽는 책이 다 다르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책에 낙서를 하며 읽어야 책이 잘 읽힌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소리를 내어 읽기도 하고 따라 쓰며 읽기도 하죠. 세상에 책의 종류가 다양하듯 책을 읽는 방식과 지혜에 도달하는 방법 역시 다양합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책을 읽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나를 가장 완전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독서법입니다.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소개합니다. 사실 반 고흐의 자화상은 이것 이외에 완성된 멋진 작품이 많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습작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려진 이 자화상을 아마도 고흐는 노트에 연습으로 그려 나갔을 것입니다. 고흐는 실제로 동생 테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내 그 편지가 문학적으로도 꽤 가치가 있고, 한국에는 그 책이 번역되어 나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고흐에게 종이와 연필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해 봤을 때, 저는 이 자화상이 고흐를 가장 잘 나타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난이 힘겹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런 빈센트 반 고흐를 이끌었던 힘은 독서와 기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흐는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했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테오에게 고백했습니다. 또한 기록을 하며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해소했고, 공감을 얻었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 여러분들도 독서를 하면서 기록을 함께 해보세요. 치유의 독서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읽은 구절에 대해 다시 한번 내 생각, 내 사고로 생각해 보는 바로 그 과정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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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프로그램 정보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칼럼명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
    집필자 김민식 (MBC 드라마 PD)
    내용 어린 시절 저의 꿈은 무림 고수가 되는 것이었어요. 학교에서 왕따였거든요. 도대체 그런 투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저는 반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로 뽑혔어요. 그걸로 집요하게 놀리던 아이들이 심지어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까지 지어 불렀지요. 화를 내면 그깟 장난도 못 받아 주는 놈이라고 따돌렸어요. 정말 죽도록 괴로웠어요. 학교생활이 힘들면 집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야 하는데요, 저는 집에서도 구박데기였어요.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맞았어요. 공고 학생주임이던 아버지는 때리는 데 선수였어요. 아버지에게 맞은 매 자국은 푸르뎅뎅하게 온몸에 문신처럼 남곤 했어요. 집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맞고, 학교 가면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어요. 학교도 가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었는데, 그때 저는 동네 도서관으로 달아났어요. 도서관은 제게 도피처이자 안식처였거든요.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동네 도서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도 도서관 간다고 하면 뭐라 하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도서관 가서 공부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열람실 대신 종합자료실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김용의 무협 소설 『영웅문』에 빠져 있었거든요. 지금은 『사조 영웅전』으로 알려진 무협 소설인데요, 책에는 ‘곽정이’라는 주인공이 나와요. 저처럼 미련하고 별 재주가 없어 늘 악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예요. 착한 심성을 가진 덕에 좋은 사부님들을 만나고요. 그분들에게 전수한 무공을 꾸준히 연마해서 결국 최고의 고수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고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지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도서관으로 달아났어요. 무협지를 펼치는 순간, 눈앞의 고난은 사라지고 무림 고수가 되어 악당을 응징했죠. 대학에 들어가서도 무협지를 즐겨 읽었는데요, 어느 날 생각해 봤어요. ‘소설 속 주인공의 내공이 몇 배 상승해도 소설을 읽는 내가 그만큼 강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현실의 나를 단련할 방법은 없을까’

    무협지 대신 자기계발서를 읽은 이유

    그때부터 저는 제 인생의 내공을 길러줄 사부님을 찾아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맸어요. 무협지 대신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 시작한 거지요. ‘왜 나는 어려서 친구가 없었을까’ 이런 고민이 들면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을 읽고, ‘왜 나는 여자 친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남녀의 심리에 대해 말해주는 책을 읽었어요.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숱한 영어 학습서도 읽었고요. 그 시절에 읽은 사교술이나 처세술은 훗날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도움이 되었고요. 여자에게 인기를 끌려면 유머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에 사람들 웃기는 걸 취미로 삼다 훗날 코미디 피디가 되었죠. 평생 책 속에서 답을 찾으며 살아왔고, 그 덕에 통역사로, 예능 피디로, 또 드라마 피디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에 빚진 게 많아 이제 조금은 갚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지 않은 사람도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썼고요. “어떻게 하면 드라마 PD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분들을 위해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썼습니다. “삶이 힘들 땐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행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새 책을 쓰고 있고요.
    큰딸 민지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어느 날 제 책상 위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을 올려놓았어요. “아빠, 이 책 꼭 읽어봐. 진짜 좋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거야.” 민지는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요. 학교에서 친구와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을 풀기 위한 답을 찾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대요. 책을 읽고 마음이 풀렸다고 해요. 책에서 민지가 밑줄 그은 대목을 읽을 때는 마치 딸아이가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민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민지 덕분에 아빠가 좋은 책을 읽게 되었네. 무엇보다 기쁜 건, 네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책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야.”
    어린 시절, 저는 재미난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어요.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재미난 책은 다 좋은 책이라고 믿어요. 고교 시절 즐겨 읽었던 무협 소설이 그랬어요. 제게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줬으니까요. 책과 친해진 덕분에 지금은 과학책이나 인문사회학 서적도 술술 쉽게 읽게 되었어요. 혹시 저처럼 부모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다면 재미난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지금의 괴로움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지금의 저처럼요.


    김민식
    MBC 드라마 PD.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글로리아>, <여왕의 꽃> 등을 연출했고, 저서로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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